레알 마드리드는 파추카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경기에 임했다. 알 힐랄과의 첫 경기에서의 예상 밖 무승부로 조별리그에서 발이 묶인 셈이었고, 샤비 알론소는 그 경기에서 벌어진 여러 실책 중 하나로 발베르데의 페널티킥 실축을 꼽았다. 

 

추가 시간의 승부처, 부누에게 막힌 페널티킥. 사비 알론소는 경기 후 이 페널티킥의 키커로 발베르데를 직접 지목했다고 밝혔지만, 음바페, 비니시우스, 벨링엄 모두 필드 위에 없었기에, 발베르데가 시즌 내내 키커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그 장면은 분명, 알론소가 발베르데에게 중요한 순간의 책임을 맡길 수 있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축 뒤 그는 확실히 흔들렸고, 알론소도 그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추카전에서 발베르데는 마치 모든 걸 씻어내려는 듯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원래는 오른쪽 메짤라로 시작했고, 라울 아센시오가 퇴장당한 후에는 귈러와 함께 더블 볼란치로 내려섰으며, 후반 막판엔 트렌트 대신 들어온 뤼디거에 맞춰 오른쪽 윙백 비슷한 역할까지 수행했다. 알론소가 추구하는 유기적 전술의 ‘실험실’ 그 자체였다.

 

놀라운 점은 위치가 세 번 바뀌는 동안 전부 잘했다는 것이다. 66번의 볼 터치, 52번 중 48번의 패스를 정확히 연결했으며(정확도 92%), 4번의 인터셉트, 2번의 슈팅 중 하나를 골로 연결시켰다. 그것이 바로 마드리드의 세 번째 골이었다. 브라힘이 보낸 공을 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영리하게 마무리한, 전형적인 ‘후방 침투형 득점’이었다. 골을 넣은 뒤 포효하듯 기뻐한 모습엔, 알 힐랄전의 아쉬움을 모두 털어내려는 감정이 실려 있었다.

 

알론소는 경기 후 발베르데에 대해 “저런 선수는 드물다. 마치 제라드를 떠올리게 한다. 활동량, 슈팅, 멀티 포지션 소화력까지 모두 갖췄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본인 팀에 두고 싶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발베르데는 모드리치가 들어오기 전까지 주장 완장을 찼고, 향후 모드리치와 바스케스가 떠날 경우, 카르바할에 이은 부주장으로 자연스럽게 승격될 예정이다.

 

조금 전 DAZ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분명히 말했다. “사비 알론소의 마드리드는 발베르데를 중심으로 나머지 열 명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이 될 것이다. 발베르데는 온몸을 바쳐 뛰는 선수이며, 우리는 그를 믿어야 하고, 그는 그 믿음을 느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바스크 출신의 감독은 마드리드가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번 시즌 내내 부족했던 볼 탈환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해내길 바라고 있다. 

새로운 마드리드의 전술이 쓰리백인지, 포백인지, 또는 미드필더의 숫자가 몇 명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그 중심에는 반드시 발베르데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