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래틱] 'Soccer'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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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디 애슬래틱] \'Soccer\'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soccer’라는 단어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문화 전쟁의 대표적인 주제 중 하나다.


표면적으로는 대서양을 사이에 둔 언어적 불일치일 뿐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다. 가장 단순하고도 아마 가장 이성적인 관점은, 한 나라—대표적으로 미국(물론 다른 나라도 있다)—가 두 인기 스포츠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라는 것이다. 한쪽은 매우 인기 있는 스포츠이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약간 덜 인기 있는 스포츠다.


하지만 이 단어를 ‘잘못된 문맥’, 다시 말해 영국에서 사용한다면,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선 반발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솔직히 말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이들이다 (이메일 보낸 편지함을 열어보면 뉴스 진행자가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고 방송사에 항의한 기록도 있을지 모른다). 이들에게는 단순한 단어 선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단어가 축구라는 스포츠, 그리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까지 침해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soccer’는 모두가 알고 있듯 ‘미국식 표현’이며, 그런 만큼 경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Etsy에서 검색해 보면 (아마도 스포츠 문화 전쟁의 최대 격전지일 것이다) 양쪽 진영을 대표하는 상품이 쏟아진다. 한쪽에는 “It’s football, not soccer”라고 적힌 티셔츠가, 다른 쪽에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It’s called soccer”라고 적힌 후드티가 있다.


이건 참으로 흥미로운 현상이다. 스테판 시만스키와 실케 마리아 바이넥은 그들의 책 It’s Football, Not Soccer (And Vice Versa)에서 이렇게 적었다.

“보통 sweaters와 jumpers, trucks와 lorries, boots와 trunks, pants와 trousers에 대해서는 대서양 양안 관계가 평화롭게 유지돼 왔다. 미국인들은 영국인의 기묘함을 신기해하고, 영국인들은 미국인들이 기본 어휘조차 제대로 못 구사하는 걸 보며 즐거워한다. 모두가 행복하다. 단, ‘soccer’에 관한 한은 예외다. 왜 이 단어는 이렇게까지 분노를 부르는가?”


간단한 대답은, 어떤 이들은 뭐든지 분노할 거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건, 이 단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생각보다 더 복잡한 사연이 있다.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soccer'

 

기본적인 내용은 이미 알려져 있다. 오늘날 이 단어는 ‘미국식 표현’으로 간주되며 (호주, 캐나다, 기타 자국 내 다른 형태의 'football'이 주류인 나라들에서도 쓰인다), ‘soccer’라는 단어는 1800년대 어느 시점에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두 종류의 'football'이 존재했다. 하나는 럭비 풋볼(rugby football), 다른 하나는 어소시에이션 풋볼(association football)이었다.

 

‘soccer’는 후자를 전자와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줄임말이다.

 

그렇다면 이 줄임말은 어디서 생겨난 걸까? 정확히 밝히긴 어렵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기원은 1800년대 영국의 많은 문화 요소들처럼, 사립학교에서 시작됐다는 설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찰스 레퍼드-브라운이라는 학생이자 아마추어 축구 선수(훗날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고위 인사가 된다)가 옥스퍼드 대학교 오리엘 칼리지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영국에서는 단어 끝에 ‘-er’을 붙여 별명을 만드는 문화가 있었다. 예컨대 5파운드 지폐를 ‘fiver’라고 부르듯 말이다.

 

런던 기반의 신문 타임스에서 오랫동안 축구 전문기자로 활동한 제프리 그린은 그의 책 Soccer: The World Game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한 친구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레퍼드, brekker(아침) 먹고 rugger(럭비) 하러 가자.’ 그러자 그는 ‘아니, 난 soccer 하러 갈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 짧은 순간에 새로운 단어가 태어났다. 레퍼드-브라운은 그 후 오랜 세월 축구계에 몸담게 되지만, 자신이 만든 이 단어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게 될 줄은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이 일이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레퍼드-브라운은 1866년생이므로 1880년대 중반~후반에 대학을 다녔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식으로 딱 떨어지는 기원 이야기는 대부분 그렇듯 신화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는 그 시기 옥스퍼드나 캠브리지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되기 시작한 단어일 수도 있다.

 

실제로 문헌에 처음 등장한 시점은 1885년이었다. 옥스퍼드 졸업생 잡지인 The Oldhallian에 실린 익명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대학 팀이 아스톤 빌라와 경기를 했고, 아주 흥미진진한 경기 끝에 패했다. 이번 학기 옥스퍼드에서 열린 경기 중 가장 중요한 ‘socker’ 경기였다.”

 

대중 담론에 들어오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맨체스터 가디언에서 처음 등장한 건 1905년, 타임스에 처음 실린 것은 1907년이었다. 공교롭게도 후자는 훌리건 문제에 대한 독자 기고였다.

축구는 노동자 계층의 스포츠로 자리 잡으며 인기가 높아졌고, 그와 함께 ‘football’이라는 단어가 점점 일반적인 용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soccer’도 여전히 고급 신문 칼럼 등에서 럭비와 구분하기 위한 말로 1980년대까지 사용됐다. 예컨대 영국에서 인기 있던 축구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Soccer AM이었다. 그러니 누군가 ‘soccer’는 전적으로 미국식 표현이고, 영국에선 예전부터 줄곧 ‘football’만 썼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사실과 다르다.

 

미국에서의 첫 등장

 

그렇다면 ‘soccer’는 미국에서 예전부터 꾸준히 사용된 단어였을까? 미국식 ‘football’은 타원형 공과 헬멧이 등장하는 그 경기라는 걸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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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cer’라는 단어가 뉴욕 타임스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05년 10월 22일이었다. 당시 영국에서 온 ‘필그림스(Pilgrims)’라는 팀이 미국에서 축구를 홍보하기 위해 경기를 치렀고, 그 보도 기사였다. 제목은 다소 혼란스럽게 “English socker (sic) team won football match”였고, 경기는 잉글랜드 팀이 7-1로 승리했다. 기사는 이 경기를 “깔끔하고, 잘 치러진 경기로, 정교한 패스, 복잡한 드리블, 훌륭한 피하기 동작, 그리고 아주 강력한 킥이 빛났던 경기”라고 묘사했다. 꽤나 멋진 경기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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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목에서의 철자 오류는, 일부 필그림스 팀원이 농담처럼 “‘soccer’라는 말은 선수들이 신은 두꺼운 양말(socks)에서 비롯됐다”고 말한 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 독자 프랜시스 H. 테이버는 이 실수를 지적하는 편지를 보내며, “무엇보다도 그런 단어는 존재하지 않고, 그 자체로도 흉하고 품격 없는 표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그 편지는 단순한 오만한 불평을 넘어, ‘soccer’의 어원을 보여주는 증거로도 의미가 있다. 테이버 씨는 이렇게 적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는 많은 단어 끝에 ‘-er’을 붙이는 유행이 있었다. 예: foot-er, sport-er. 하지만 ‘association’은 ‘-er’ 붙이기가 어려워서 줄여서 ‘soccer’라고 부르곤 했다.”

이는 레퍼드-브라운 기원설에 상당한 무게를 실어주는 진술이다.

 

미국 축구협회의 명칭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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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해인 1906년에는 영국의 ‘코린치안스(Corinthians)’가 뉴욕에 도착해 여러 친선 경기를 치르면서 ‘soccer’라는 단어가 미국에서도 점차 자리를 잡아간다. 흥미롭게도, 이 투어에 동행한 심판 명단에는 찰스 레퍼드-브라운의 이름도 있었다. 그가 몇 년 전 만들어낸 단어가 지구 반대편에서 사용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soccer’가 미국에서 곧바로 표준 용어가 됐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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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코린치안스 선수단 사진

 

미국 축구 협회의 공식 명칭은 1940년대까지 ‘United States Football Association’이었다. 이후 명칭이 바뀐 후에도 ‘football’이라는 표현은 한동안 병행되었다. 해리스버그 텔레그래프는 1944년 7월에 이렇게 보도했다.

“United States Soccer Football Association은 전국에서 아마추어 및 프로 대회를 주관하는 축구 조직의 새로운 명칭이다.”

 

사실상, 협회 명칭에서 ‘football’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빠진 것은 1974년이었다. 이때 비로소 지금 우리가 아는 ‘United States Soccer Federation’이라는 이름이 정착했다. 이는 특별한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행정적 혼선 혹은 지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혹은 안드레이 마르코비츠와 스티븐 헬러만이 Offside: Soccer and American Exceptionalism에서 표현했듯, “미국적인 동시에, 미국식 풋볼이라는 거대한 존재와는 구별되는 축구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고투”였을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는 그 구분이 보다 명확해졌다. 레퍼드-브라운(또는 그의 주변 인물들)이 만든 단어는 여전히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사용되고 있고, 약간은 까다로운 성격의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이제는 그냥 서로 받아들이고, 그만 싸워도 될지도 모른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5900907/2025/06/24/soccer-football-origin-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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