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래틱] 아스날 유스 출신 에제는 아르테타 밑에서 만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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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준사빠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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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팰리스의 에베레치 에제는 축구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플레이한다. 통계와 전술은 잊어라. 그는 경기를 쉽게 보이게 만드는 공격형 미드필더다. 27세인 그는 2020년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이후 공을 몰고 미끄러지듯 전진하며 상대를 요리조리 피하는 모습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13세에 아스날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방출된 그는 퀸스 파크 레인저스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이제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12경기를 뛰었다.
아스톤 빌라의 모건 로저스, 첼시의 노니 마두에케와 함께 아스날이 주시 중인 세 명의 다재다능한 선수 중 한 명인 에제는,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팀에 부족했던 요소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저 같은 유형의 선수라면, 제가 왜 이런 플레이를 하는지 잊기 쉬워요,” 에제는 5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FA컵 결승골을 넣기 전 BBC 스포츠에 이렇게 말했다.
“왜 공을 몰고 달릴까요? 왜 모험적인 플레이를 할까요? 왜 창의적일까요? 왜 다른 선수들이 생각하지 않을 행동들을 제가 할까요? 그 이유는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위해서예요.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느냐, 그들을 일어서게 만들 수 있느냐? 그게 바로 축구라고 생각해요. 요즘 축구는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고, 이런 감정이 줄어든 것 같지만, 제가 뛰는 동안엔 그런 축구를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아스날은 3시즌 연속 우승 경쟁을 펼쳐왔지만, 에제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지닌 선수는 극소수였다. 가브리엘 제주스가 그중 한 명이다. 그는 2022년 여름 중앙 공격수로 투입되며 아스날의 공격을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그는 무릎 부상으로 인해 데뷔 시즌 이후 그런 역동적인 플레이를 간헐적으로만 보여줄 수 있었다.
마르틴 외데고르도 또 다른 사례다. 그는 2023-24 시즌 후반기에 감각이 올라온 듯 본능적으로 플레이하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그는 2024-25 시즌에서는 그 모습을 재현하지 못했고, 두 달간의 발목 부상 탓에 시즌 대부분을 컨디션 회복에 허비했다.
부상자가 늘어날수록 아스날의 플레이는 점점 정형화됐고, 창의적인 선수를 향한 갈망은 커져갔다. 에제는 팰리스에서 보낸 5년 동안 아킬레스건, 햄스트링, 발 부상을 겪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잃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드리블로 상대를 흔들며 전진할 수 있고, 혼잡한 박스 안에서도 섬세한 터치로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거나, 박스 밖에서도 직접 슈팅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런 감각은 남동 런던의 철장 코트에서 축구를 하며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다.
그는 8세부터 13세까지 아스날 아카데미에 있었으며, 그 시절이 에제의 축구 철학 형성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1998년생인 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북런던으로 훈련을 다녔다. 당시 아스날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막 이전했고, 아르센 벵거 감독의 미드필드는 창의적인 미드필더 및 윙어인 세스크 파브레가스, 토마시 로시츠키, 알렉산드르 흘렙, 사미르 나스리, 안드레이 아르샤빈이 주축이었다. 이 선수들은 좁은 공간에서 기술이 뛰어났고, 드리블에 능했다. 그들은 당시 아스날 선수들에게 기대되던 플레이의 전형이었다.
아르테타 감독 체제 하에서 아스날은 더 신체적으로 강한 미드필더들을 영입해왔다. 미켈 메리노, 카이 하베르츠, 데클란 라이스가 그 예시이며, 이는 에밀 스미스 로우처럼 기술적인 선수에서 방향을 바꾼 흐름이다. 스미스 로우의 창의성은 아르테타 프로젝트가 침체에 빠졌을 때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아르테타 체제에서 2020년 박싱데이 첼시전 3-1 승리로 프리미어리그 첫 선발 출전을 했고, 리그 7경기 무승을 끊으며 아스날의 현재 여정을 시작하게 했다. 스미스 로우는 지난해 여름 풀럼으로 떠났고, 그가 남긴 창의성의 빈자리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아직 팰리스와 아스날 간 직접적인 접촉은 없지만, 에제가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르테타의 시스템 안에서 에제 같은 선수가 진정으로 기량을 펼칠 수 있을까?
아르테타는 가브리엘 제주스에게 (건강할 때는) 중앙 공격수로서 자유로운 움직임을 허용했지만, 부상이 그의 출전 시간을 제한했다. 이 브라질 공격수는 2022년 월드컵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5골 5도움을 기록했으며, 그의 플레이는 본인뿐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에제는 본능에만 의존한 자유로운 플레이보다는 일정 부분 전술적 명확성이 있는 상황을 선호한다. 그는 2023년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구조 속에서, 동시에 제 감정과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상태를 좋아해요. 그런 자유가 주어진다면, 저는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바로 그때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느껴요.”
당시에는 로이 호지슨이 팰리스 감독이었지만, 구조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는 능력은 올리버 글라스너 체제에서 더 뚜렷해졌다. 오스트리아 출신 감독 글라스너는 에제를 3-4-2-1 포메이션의 두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꾸준히 기용했고, 그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기여해왔다. 이처럼 조직력과 자유로움이 조화를 이룬 덕분에 에제는 2024-25 시즌에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뛰어난 수치를 기록했다(모든 대회 14골 11도움).
꾸준한 기록 향상은 에제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이며, 팰리스의 컵대회 우승 여정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은 그보다 더 큰 증거다. 그는 3라운드, 8강, 준결승, 결승 모두에서 득점하며 클럽 역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에 기여했고, 이는 그를 역사에 남게 했다. 웸블리에서 열린 준결승과 결승에서 터뜨린 골들이 가장 기억에 남을 수 있지만, 그는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풀럼과의 8강전 3-0 승리에서도 눈부셨다.
34분, 그는 왼쪽 수비수 타이릭 미첼에게서 공을 받았고, 풀럼의 미드필더 사샤 루키치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깨를 재빨리 떨어뜨리며 방향을 바꾼 에제는 박스 바로 바깥쪽에서 슛을 날릴 수 있는 위치로 공을 옮겼다. 명확한 득점 기회는 아니었지만, 그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고, 슛은 골포스트를 맞고 감기듯이 골망을 흔들었다.
4분 뒤, 그는 왼쪽 측면에서 패스를 쫓아 달렸고, 요아킴 안데르센을 향해 전진한 뒤 무심하게 공을 왼발로 옮긴 뒤 이스마일라 사르에게 크로스를 올려 득점으로 연결했다. 화려한 플릭 따위는 없었고, 오직 좋은 판단과 효율적인 움직임만이 있었다.
아스날이 관심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다면, 에제의 기량과 과거 아스날과의 인연은 팬들에게 흥분을 안겨줄 수 있으며, 그것은 아르테타의 팀이 놓치고 있던 무언가일 수도 있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464962/2025/07/02/eberechi-eze-arsenal-crystal-pala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