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래틱] 애도의 시간 속 리버풀, 어떻게 다시 축구를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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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 반 다이크는 언제나 그렇듯, 가장 앞장섰다.
리버풀 주장인 그는 천천히 걸었다. 고개는 약간 숙여져 있었고, 손에는 붉은 꽃으로 만들어진 화환이 들려 있었다. 축구 셔츠 모양으로 장식된 화환에는, 안필드에서 디오구 조타가 달았던 등번호 20번이 하얀 꽃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의 곁에는 앤드루 로버트슨이 함께 있었다. 불과 2주 전, 로버트슨은 조타가 어린 시절 연인이었던 루트 카르도주와 결혼식을 올린 포르투의 18세기 교회, 이그레자 다 라파에서 열린 예식에 참석했다. 당시 그는 동료 선수와 신부 곁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사진에 담겼다. 그러나 이날, 그는 또 다른 셔츠 모양의 화환을 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번호 30이 적혀 있었는데, 이는 목요일 스페인 북서부 외곽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조타와 함께 세상을 떠난 그의 남동생, 안드레 실바를 기리는 것이었다.
리버풀 선수단 대부분은 형제의 장례식을 위해 포르투 외곽 곤도마르까지 이동했다. 금요일 밤 늦게 도착한 이들은 산 코스메 예배당에서 열린 장례 전야식에 참석했다. 예배당 바깥에는 조용히 모여든 지역 주민들이 있었다. 그들이 선수들에게 보내는 박수는 경건했고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평소라면 선수들끼리 모였을 때 흔히 들리던 농담과 웃음소리는 이 자리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깊은 충격에 잠긴 얼굴이었다.
아르네 슬롯 감독 역시 곤도마르에 있었다. 그는 조 고메즈와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 사이를 걷고 있었다. 두 손을 앞에 모은 채,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슬롯 감독이 잉글랜드 축구에서 첫 시즌 만에 우승을 차지한 지 불과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일은 마치 아주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진다. 그는 감독이 직면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고난에 대응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 즉 사랑받던 1군 선수가 갑작스럽고 잔혹하게 세상을 떠나는 일을 예상할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떤 형태로든 '정상 복귀'라는 개념 자체가 지금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적인 슬픔 속에 무례하게 끼어드는, 원치 않는 침입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혹한 현실은 여전하다. 커뮤니티 실드 경기가 웸블리에서 열리기까지는 35일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슬롯 감독과 그의 코칭스태프는 어느 시점에서 리버풀 선수들이 다시 축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지를 마주해야 한다.
소수의 선수들은 지난 금요일 프리시즌 체력 테스트를 위해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는 당연하게도 취소되었고, 단계적인 훈련 복귀가 오늘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보통 프리시즌 첫날은 축구 선수들의 일정 중에서도 가장 유쾌한 날 중 하나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여름 휴가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날이다. 매년 리버풀의 SNS 팀은 이 '다시 학교에 돌아온 첫날' 같은 분위기를 영상과 사진으로 담아내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다르다. 디오구 조타의 사망 이후, 리버풀이라는 도시와 클럽 전체는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안필드는 수천 명의 조문객이 찾아 헌화하고, 20번 풍선을 달고, 진심 어린 쪽지를 남기거나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임시 추모 공간’이 되었다.
슬롯 감독의 선수단 중 누구라도 복귀를 반기고 있을 거라고 믿기란 어렵다. 커크비 훈련장은 낯선 공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탈의실에 갑자기 생긴 빈 자리, 구내식당의 소란 속에서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익숙한 목소리. 많은 이들에게 이번에 닥친 새로운 슬픈 현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며, 모든 것이 예전과 같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축구는 본질적으로 일시적인 세계다. 선수들은 이적, 계약 만료, 은퇴 등으로 친구들이 갑작스럽게 떠나는 모습을 늘 겪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재회하게 된다. 다음 시즌의 상대팀으로 만나거나, 경기장 밖에서 친구로 다시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리버풀 선수들은 조타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작별 인사는, 진심 어린 메시지를 담은 SNS 게시물뿐이었다. 모하메드 살라가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은 그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팀 동료는 오고 가는 법이지만, 이런 식으로 떠나진 않아야 합니다.”
선수단의 모든 이들이 인생에서 어떤 형태로든 상실을 경험해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할아버지, 부모, 형제자매, 가족, 친구 등, 누군가를 잃은 슬픔과 그로 인한 여파를.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는 모두가 함께 겪는 집단적인 슬픔이다. 각자가 자신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위해 함께 있어줄 것이다.
그리고 이 슬픔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밀려들기도 하고, 감정이 고조돼야 할 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각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슬픔을 겪고 이겨내게 될 것이며, 어떤 이들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번 훈련 복귀는 매우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일부 선수들에게 축구는 정화의 수단이 될 것이다. 어두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 그들은 조타를 기리기 위해, 또는 감정을 잊고 고통을 덜기 위해 경기장에 다시 나서고 싶어할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이미 마음속으로 조타를 향한 골 세리머니를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동료 선수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감정은 ‘믿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살라 역시, 조타가 정말로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두려웠다”고 고백하며, 리버풀로 돌아가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느낀 사람이 살라만은 아닐 것이다.
축구 선수들은 그 지위 때문에 종종 불공정하게 묘사된다. 마치 슈퍼히어로나 로봇처럼, 정강이 보호대를 착용하고 하얀 터치라인을 넘는 순간 모든 일상의 걱정 따윈 털어버릴 수 있는 존재처럼 보이곤 한다. 그러나 이들은 공을 잘 다룰 수 있는 ‘보통 사람’일 뿐, 고통 앞에서는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상처받는다.
축구 선수들에게 자주 부여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용기’다. 부딪치는 발들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거나, 수천 명의 시선이 실패를 바라는 순간 페널티킥을 감당하는 그런 용기. 하지만 이제 리버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그런 경기장 위의 용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용기다. 그건 어떤 행동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이들은 이 일을 통해 더 단단해질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움츠러들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모두에 대해 공감이 필요하다.
처음 며칠, 그리고 몇 주가 가장 힘들 것이다. 그 감정은 너무나 생생하고 벗어나기 어렵다. 리버풀 구단은 이 시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다행히 지금은 정신 건강 지원이 물리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선수 케어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목요일 이전까지만 해도, 슬롯 감독의 이번 주 최대 과제는 세 명의 새 영입 선수 — 제레미 프림퐁, 플로리안 비르츠, 밀로시 케르케즈 — 를 팀에 통합시키는 것이었다. 또한, 창의성의 핵심이었던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 없이 전술과 시스템을 구성하는 작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지오반니 반 브롱크호르스트를 포함한 새 코칭스태프와의 협업도 또 다른 도전 과제였다. 그 모든 목표는 프리미어리그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들이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슬롯 감독의 진짜 과제는, 갑작스럽고도 잔혹하게 친구이자 동료를 잃은 선수들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스스로의 슬픔도 견뎌야 한다. 그는 매우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이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리버풀은 실제로 이번 주 일요일 축구 경기를 치러야 한다. 상대는 챔피언십 소속의 프레스턴 노스 엔드, 프리시즌 친선 경기다.
이 경기는 원래 플로리안 비르츠, 클럽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를 처음 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금 이 경기는 또 하나의 추모와 회상의 장이 될 것이다. 리버풀의 20번이 남긴 빛나는 순간들을 기리는 자리. 이날 원정 응원을 위해 프레스턴의 딥데일을 찾을 예정인 5,656명의 리버풀 팬들로부터, 조타의 노래는 분명 울려 퍼질 것이다.
조타는 리버풀을 승리로 이끌었던 선수다. 그리고 결국 그의 팀 동료들은, 그를 위해 다시 승리할 준비가 될 것이다.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474815/2025/07/07/liverpool-diogo-jota-football/
